새벽 2시입니다. 내일 아침 7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유튜브 쇼츠를 보고 있습니다. 한 개만 더. 손가락이 자동으로 위로 스와이프합니다. 또 한 개. 또 한 개. 정신을 차려보니 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뭘 봤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재미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완벽한 중독 시스템
쇼츠는 15초에서 1분입니다. 짧습니다. "하나만 더"가 부담 없습니다. 그런데 그 하나가 열 개가 되고, 백 개가 됩니다.
재미없으면 3초 만에 넘기면 됩니다. 다음 영상이 벌써 시작됩니다.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알고리즘은 당신이 좋아할 만한 영상만 추천합니다. 당신의 취향을 너무 잘 압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설계된 시스템입니다.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들은 당신이 최대한 오래 머물도록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스크롤, 추천, 자동재생. 모든 것이 멈추지 못하게 만듭니다.

도파민이 원하는 것
뇌는 보상을 좋아합니다. 뭔가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볼 때 도파민이 분비됩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래서 또 찾게 됩니다.
문제는 쇼츠가 이 도파민 시스템을 너무 완벽하게 자극한다는 겁니다. 15초마다 새로운 자극이 옵니다. 도파민이 분비됩니다. 또 넘깁니다. 또 분비됩니다. 끝이 없습니다.
이것은 도박과 비슷합니다. 슬롯머신을 당길 때마다 뭔가 나올지 모릅니다. 그 불확실성이 도파민을 더 강하게 분비시킵니다. 쇼츠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음 영상이 뭘까? 재미있을까? 손가락이 자동으로 움직입니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는 이렇지 않습니다. 도파민이 천천히 분비됩니다. 깊이 있는 만족감입니다. 하지만 쇼츠는 빠르고 강렬합니다. 즉각적입니다. 뇌는 점점 이런 자극에 익숙해집니다.
선택하는 듯 선택당하는
당신이 쇼츠를 보는 건 자발적 선택처럼 보입니다. 누가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앱을 켰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알고리즘은 당신을 연구합니다. 어떤 영상에서 멈추는지, 얼마나 보는지, 무엇을 저장하는지. 데이터를 모읍니다. 그리고 당신이 절대 끌 수 없는 영상만 보여줍니다.
당신은 선택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선택지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알고리즘이 만든 울타리 안에서 "자유롭게" 고르는 겁니다.
더 무서운 건 알고리즘이 당신의 취향을 고착시킨다는 겁니다. 비슷한 영상만 보여주니까 당신은 비슷한 것만 좋아하게 됩니다. 세계가 좁아집니다. 새로운 것, 낯선 것, 불편한 것은 사라집니다.
집중력이 사라지는 시대
2시간짜리 영화를 보다가 지루해집니다. 핸드폰을 꺼냅니다. 쇼츠 몇 개를 봅니다. 다시 영화를 보려니 집중이 안 됩니다.
책을 펼칩니다. 한 문단을 읽습니다. 무슨 내용인지 머리에 안 들어옵니다. 다시 읽습니다. 여전히 안 들어옵니다. 핸드폰이 자꾸 신경 쓰입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예전엔 책을 몇 시간씩 읽었는데. 영화도 집중해서 봤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됐을까요?
뇌가 바뀌고 있습니다. 15초 단위로 훈련되고 있습니다. 빠른 전환에만 익숙해집니다. 느린 것은 참을 수가 없어집니다. 로딩이 3초만 걸려도 짜증이 납니다.
지루함을 못 견딥니다. 복잡한 이야기는 집중이 안 됩니다. 깊이 사유하는 능력이 약해집니다.
한병철이 본 현대인
철학자 한병철은 이 현상을 일찍부터 경고했습니다. 그의 책 『시간의 향기』를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향기가 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천천히 익고, 발효되고, 깊어지는 시간."
하지만 쇼츠는 정반대입니다. 15초 안에 웃기고, 감동시키고, 놀라게 해야 합니다. 여유가 없습니다. 곱씹을 틈도 없습니다. 다음 영상이 벌써 시작됐으니까요.
한병철은 『피로사회』에서 현대인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끊임없이 자극을 소비하지만 깊이 있는 경험은 하지 못하는 사람. 멈추지 못하고 계속 무언가를 해야 하는 사람.
쇼츠를 보는 건 쉬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한병철은 이것이 진짜 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당신은 계속 소비하고 있습니다. 정보를, 이미지를, 자극을. 뇌는 쉬지 못합니다.
진짜 쉬려면 멈춰야 합니다. 화면을 끄고, 소리를 끄고, 그냥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걸 못합니다. 5분만 멈춰 있어도 불안합니다.

우리가 잃어가는 것
쇼츠가 나쁜 건 아닙니다. 재미있고, 정보도 얻고, 잠깐 웃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멈추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쌓이면서 무언가를 잃어간다는 겁니다.
집중력을 잃습니다. 15초보다 긴 것은 참기 어려워집니다. 깊이 있게 생각하는 능력이 약해집니다.
시간을 잃습니다. 하루에 2시간씩 쇼츠를 보면 일주일에 14시간입니다. 한 달이면 60시간입니다. 그 시간에 책을 몇 권 읽을 수 있었을까요?
지루함을 견디는 능력을 잃습니다. 지루함은 창의성의 시작입니다. 멍하니 있을 때 새로운 생각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멈춤'을 잃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그냥 있을 수 있는 능력. 한병철이 말한 "향기 나는 시간"을 잃습니다.
멈출 수 있을까
쇼츠를 끊으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현실적이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이것만은 알았으면 합니다. 당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멈추지 못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
한번은 시도해보세요. 쇼츠를 켜기 전에 잠깐 멈춰보는 거. 정말 보고 싶은 건가요? 아니면 그냥 습관인가요?
그리고 가끔은 해보세요. 화면을 끄고 그냥 있는 거. 5분이라도. 지루해도 괜찮습니다. 그 지루함 속에서 당신은 다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천천히, 깊이, 당신만의 속도로.